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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8-9월) | 이순신은 조선의 군사사상을 어떻게 구현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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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임익순(충남대학교 교수) 작성일19-09-06 15:07 조회2,3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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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조선의 군사사상을 어떻게 구현했는가?


임 익 순(충남대학교 교수)

 조선의 건국초기에 당면한 안보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선전기의 군사사상 중 하나는 농업생산과 함께 병역의 의무를 지게 하는 ‘병농일치(兵農一致)’의 사상이다. 이 병농일치의 사상은 군대의 병력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틀에 대한 사상이다. 농업에 의한 곡물생산이 경제를 지탱하는 기간산업이었는데 이 농업에 종사하는 국민에게 병역의 의무를 동시에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군대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바탕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국가의 재정이 곡물의 생산에 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것이었지만 국민에게 이중의 부담을 부과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 이상의 곡물생산을 보장해야만 군대의 병력도 충원이 가능하고 군인을 먹일 수 있는 군량의 확보도 가능하였다. 군량을 확보하면서 병력도 유지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둔전의 경영이었다. 


  또 하나의 군사사상은 세조가 제시한 ‘이지운용 이용응지(而智運用 而用應智)’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군대의 운용에 있어 큰 틀을 규정하는 ‘군사변증법적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세조는 군사를 운용함에 있어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운용함에 있어 반성적인 접근에 의한 새로운 방법의 창의적인 적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세조는 손자병법을 비롯한 각종 병법서를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된 사상을 모순 대립되는 상황의 타개를 위한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그 방법을 ‘이지운용 이용응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순신이 병농일치의 군사사상을 구현하려 했던 방법은 둔전의 경영이다. 조선의 병력동원 원칙이 농사를 짓는 백성을 일정기간 소집하여 군역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불가피한 제도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변방의 장수들은 관할구역 내에서 스스로 군량을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었으므로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군량을 조달하는 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순신은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관할지역의 백성으로부터 군량을 거두는 방법 대신에 적당한 지역을 선정하여 둔전을 경영함으로써 백성들도 식량을 구할 수 있고 군량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했던 것이다. 


  이순신이 둔전을 경영하거나 피난민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게 하여 군량을 조달하면서 지역의 주민을 안정시켜 병농일치의 군사사상을 구현하려는 사례는 1593년 1월에 처음 나타난다. 이 시기는 북쪽의 육전에서 평양성을 탈환하고 남쪽의 해안에서 왜군의 해상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전쟁이 소강상태로 들어선 때였다. 이순신은 장계를 통해 돌산도에서 피난민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게 함으로써 피난민을 구휼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피난민에 의한 돌산도 경작은 같은 해 9월과 윤11월의 둔전설치에 대한 장계를 통해 그 근원이 둔전의 경영을 통해 군량을 조달하고자 하는 의도와 연결된다. 이순신은 1593년 9월에 장계를 통해 호남의 물자가 고갈되어 군량의 조달이 어려우므로 인근 섬의 유휴지를 이용하여 관청에서 경작하거나 농민에게 주어 배메기, 즉 병작반수(竝作半收)하여 조달할 것을 건의하였다. 또한 같은 해 윤11월에는 피난민을 활용하여 농사를 짓게 하여 군량을 조달하면서 군마를 기르는 목장을 이전하도록 하는 둔전경영 방안을 건의하였다.


  조정에서는 이와 같은 이순신의 건의를 수용하여 각 도에 병사와 수사가 둔전을 설치하여 운용하도록 지시하였다. 이순신은 둔전을 설치하되 유방군(留防軍)을 대신하여 피난민을 활용하여 경작하게 하고 수확 시에는 백성과 관에서 절반 씩 나누어 가지면 백성의 식량도 확보하고 군량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을 건의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이순신의 생각은 선조의 생각과도 같다. 선조는 같은 해 10월 22일 편전회의에서 “목장 등의 땅을 백성을 모집하여 농사짓게 하여 절반은 지은 자가 먹게 하고 반은 관에서 취한다면 군민을 역사시키는 폐단이 없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어서 비변사에서는 같은 해 12월 30일에 선조에게 건의하여 이순신의 둔전설치에 대한 생각이 원대한 계획이므로 경상도 연인 일대와 섬에서 피난민을 활용한 경작을 통해 백성의 구휼과 군량의 조달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였다.


  조선의 또 다른 군사사상인 ‘이지운용 이용응지(以智運用 以用應智)’에 대한 구현은 임진왜란이라는 전시상황에 있어 더욱 두드러진다. 7년간의 전쟁에서 적의 수군과 많은 전투를 수행하면서 왜군의 취약점과 강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여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군의 전술과 대비태세를 보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순신은 이미 제작이 완료된 거북선을 1차 출전에는 투입하지 않았다. 이것은 거북선의 투입과 관련하여 기능상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왜군의 전력이나 전술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북선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순신은 1차 출전의 3차례 해전 중 옥포해전에서만 왜군과 해상에서 교전을 통해 적과 전투를 하였고, 이후 두 번의 해전은 왜군이 배를 버리고 육지로 도망하였으므로 빈 배만 분멸하였다. 옥포해전에서는 적의 선봉 6척과 최초의 해전을 하였고 여기서 총포 등의 화기 이용 공격, 전선을 이용한 당파(撞破)전술, 궁시를 이용한 화공과 사살 등의 전술로 왜군의 대선 13척을 비롯한 26척의 적선을 분멸하였다.


  이순신은 이와 같은 해전을 통해 왜군의 함선이 당파에 취약하다는 것과 조총의 위력에 대해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군의 총통 등 화포에 의한 원거리 공격과 궁시에 의한 사살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1차 출전의 교전결과 분석을 통해 이순신이 거북선의 유용성에 대해 확신을 갖고 추가적인 보완을 거쳐 2차 출전 시부터 거북선을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순신은 2차 출전 시부터 투입한 거북선을 먼저 돌격하게 하여 충격에 취약한 적선을 들이받아 당파하도록 운용한 사실을 장계를 통해 알 수 있다.  


  이순신은 옥포해전 이후의 여러 전투에서도 거북선을 돌격선으로 운용하여 해전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순신이 장계에서 밝힌 사천해전 이후 거북선을 돌격선으로 운용한 사례는 당포해전, 당항포해전, 부산포해전 등이다. 이순신이 선봉 돌격에 자신감을 갖고 운용한 거북선의 위력은 각각의 해전결과 아군의 피해현황에 대한 분석을 통해 명확해 진다. 이순신과 원균의 1차 출전 시 피해는 부상자 1명에 불과했다. 2차 출전 시부터는 전사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게 된다. 그만큼 전투도 치열해지고 적대 쌍방 간의 전투의지도 강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거북선은 갑판 위에 상판을 덮고 등에 쇠못을 꽂아서 적의 등선을 저지함으로써 거북선에 승선한 전투원을 왜군의 조총과 궁시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면서 돌격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거북선의 인명보호 능력은 얼마나 될까? 이것은 2차 출전부터 4차 출전까지의 해전에 투입된 이순신의 함대세력을 거북선과 판옥선으로 구분하여 전사자와 부상자의 현황을 비교분석함으로써 추정할 수 있다.​

이순신의 거북선과 판옥선의 피해현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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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거북선의 척 당 전사율은 0.29로 판옥선의 0.46에 비해 63%가 낮은 반면, 거북선의 부상률은 척 당 2.33으로 판옥선에 비해 20%가 높다. 또한 전체 사상률은 거북선이 판옥선에 비해 8%정도 높다. 전체 사상률과 부상률을 단순하게 비교하면 거북선의 위력은 판옥선과 비슷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사율과 부상률을 각각 비교하면 거북선의 인명보호 능력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그것은 거북선의 전사율이 판옥선에 비해 63% 정도 낮기 때문이다. 또한 전사율보다 부상률이 높은 것은 거북선의 보호능력이 그 만큼 높다는 것을 나타내는 또 다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거북선은 돌격선으로서 함대의 최일선에서 적과 부딪힘으로써 적의 집중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거북선의 인명보호능력은 수치가 보여주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탁월하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함대의 최 일선에서 돌격하면서도 7차례의 임진왜란 초기 해전 전 기간을 통틀어 단 2명의 전사자만 나왔다는 것은 거북선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증거이다. 또한 이것은 거북선의 인명보호 능력을 이용하여 과감한 돌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조선수군이 왜군 함대세력에게 그 만큼 강력한 충격을 주고 조기에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조의 군사변증법적 사상을 구현하려는 노력은 이순신이 왜군의 조총을 연구하여 새로운 조총을 제작하려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이순신은 왜군의 조총과 아군의 승자총통을 비교하여 왜군의 조총을 능가하는 조총 즉, 정철총통을 제작하였다. 이순신은 1593년 8월에 올린 장계에 정철(正鐵 : 무쇠를 말함)을 두들겨 단조방식으로 총신을 연장하고 총구를 깊게 하여 제작하여 장계와 함께 견본 5정을 올려 보냈다. 이순신은 왜군의 조총을 모방하여 새로운 조총을 만들고 명나라 군인들에게도 시험을 하게 하는 등 좋은 평가를 스스로 내리고 있으나 조정에서는 이와 관련된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이 새로운 형태의 개량 조총 즉, 정철총통을 만든 것은 성능과 대량생산의 유무보다 왜군의 조총과 같은 제조방법인 단조방식을 찾아내고 적용했다는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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