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호(10-11월) | 북한 해양전략의 변화에 따른 한국 해군의 전략적 대응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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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신정호 작성일19-11-12 14:02 조회2,726회 댓글0건본문
북한 해양전략의 변화에 따른 한국 해군의 전략적 대응방향
충남대학교 해양안보학과
교수 신정호
Ⅰ. 서 론
북한은 오랫동안 1인 지배체제, 당(黨) 중심의 정책 수행체제, 통합군 성격의 군 구조 등 북한 자체의 독특한 정치·군사적 특성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은 ‘주체사상’에 입각한 ‘국방에서의 자위’(북한 헌법 제60조)원칙에 따라 1962년 4대 군사노선을 채택하고, 기습전·배합전·속전속결전을 중심으로 하는 군사전략을 유지한 가운데 다양한 전략・전술을 모색해 왔다.(2018국방백서, 2019년) 북한의 해양전략 또한 이러한 군사전략의 틀 속에서 유지되어 왔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최근 북한의 군사전략 분야에 대한 연구는 주로 북한의 핵(核) 위협에 대한 전략적‧작전적 대응에 맞추어 이루어지고 있으나, 북한의 해양전략 또는 해군전략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북한의 SLBM(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과 이를 발사할 수 있는 전략잠수함의 개발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전략적‧작전적‧전술적 수준에서 연구한 결과는 다수 있으나 전통적 해양전략의 관점에서 연구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본 연구는 전통적 해양전략의 관점에서 북한이 지향하는 해양전략을 평가한 후에 전략의 변화 가능성 및 한국 해군의 전략적 대응방향을 제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Ⅱ. 전통적 해양전략의 관점에서 본 북한의 해양전략 평가
해양전략은 사용측면에 따라 방어적 사용과 공세적 사용으로 구분되어 질 수 있다. 방어적 사용은 적의 해양사용을 거부하는 해양거부사상에 해당되고, 공세적 사용은 자국의 해양사용을 추구하는 해양통제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Norman Friedman, 114쪽) 해양거부와 같은 방어적 사상은 주로 구(舊). 소련(이후 ‘소련’으로 표기)과 같은 대륙국가의 해군력 운용전략으로 이어져 왔다. 북한도 소련 및 중국과 육로로 연결되어 있어 해상교통로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는 등 대륙적 해양사상의 영향을 받아 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이 자신의 해양전략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례가 없었으며, 전통적 해양전략이론 조차도 해양통제전략과 해양거부전략이 상호 보완적인 동시에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북한이 어떠한 해양전략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의 해양전략은 북한 지도부의 해양전략사상, 해군 창설 이후 운용 중인 무기체계의 유형 등을 고려할 때 해양통제전략 보다는 해양거부전략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북한 해양전략의 유형과 목표, 수단을 함대결전, 현존함대, 함대봉쇄, 통상파괴를 이행하는 전통적 해양전략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대륙적 해양사상의 영향과 북한 자체의 정치‧군사체제로 인하여 해양통제전략보다는 해양거부전략을 지향해 왔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왜냐하면 전시에는 한국 함대와의 결전 보다는 현존함대, 기뢰 및 잠수함을 이용한 함대봉쇄, 한국의 해상교통로를 교란하는 통상파괴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북한이 지향하는 해양거부전략은 1인 지배체제, 조선노동당 중심의 정책 수행 체제, 3대 세습 등 독특한 정치‧군사체제로 인해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으나, 최근 SLBM 및 전략잠수함의 개발에 대한 노력은 그들의 해양전략을 혁신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Ⅲ. 북한 해양전략의 특징 및 한계
북한 군사전략사상의 근원은 대륙적 해양거부사상을 바탕으로 6‧25전쟁, 전쟁 이후 발생한 국제분쟁,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 등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군사전략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사상적 측면 외에 북한 해군의 전략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이성환, 74~76쪽)
첫째, 지리적으로 해양이 동·서로 양분되어 있어서 동해 함대사령부 및 서해 함대사령부는 각자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강요받고 있으며, 평양의 해군사령부가 이들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둘째, 북한은 대륙국가인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대부분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들 국가와 육로로 연결되어 있어 해상교통로라는 개념을 발전시킬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해군은 그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한 가운데 육군에 종속되어 지상 작전을 보조하는 성격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셋째,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군사전략은 이념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북한도 유일사상 체제를 확립하여 절대적인 영도자이며 위대한 전략가의 위치에 있는 김일성의 빨치산 활동 등을 통해 비정규전활동을 강조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 해군에 있어서 6·25전쟁시 미군과의 전투경험, 이후 푸에블로(Pueblo)호 나포사건, 8·18도끼만행사건 등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통해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생존해야 하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위와 같이 대륙적 해양거부사상과 김일성의 군사사상 및 경험 등을 배경으로 형성된 북한 해양전략의 특징은 두 개의 함대로 분리된 가운데 기지 중심의 작전과 지상군을 지원하기 위한 임무 위주로 전력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안 기지 중심의 작전을 수행하기 위하여 소형‧고속함 위주로 부대를 편성하였고, 지상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잠수함 및 고속상륙정의 능력을 발전시켜왔던 것이다.
이와 같은 북한의 해양거부전략적 특징은 현실적으로 함대결전의 수행을 어렵게 할 것이다. 해양거부전략의 제 개념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한계점을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이성환, 93~95쪽)
먼저, 현존함대전략 수준에서 보면 북한은 상대방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수단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다.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 유도탄정, 공기부양정은 한국 해군에게 위협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잠수함을 제외하고는 원거리에서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고, 소형 및 구식 무기체계 위주의 수상함정은 한국 해군의 해상전투단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함대봉쇄전략의 수준에서 보면, 북한이 함대봉쇄를 위해 운용할 수 있는 수단은 잠수함에 의한 기뢰부설 정도로 판단된다. 기뢰는 무기의 특성상 적군과 아군을 식별하여 공격하기가 어렵고, 기뢰에 의해 중립국 선박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국제적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셋째, 통상파괴전략의 수준에서 볼 때, 한국의 해상교통로가 한반도 동남해역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북한 잠수함에 의해서만 전략 수행이 가능하나, 북한 잠수함의 성능이 제한되고 잠수함 기지도 기뢰 공격으로부터 매우 취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북한 해군은 현존함대, 함대봉쇄, 통상파괴 등의 전통적 해양전략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수단이 제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북한 해군은 이러한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 수상·수중·상륙전력의 성능을 개량하고 최신화 하는 동시에, 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 대량살상무기), VSV(Very Slender Vessel) 등 비대칭전력을 중점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SLBM을 조기 전력화하는 동시에 이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잠수함을 빠르게 완성할 것이다.
Ⅳ. 북한 해양전략의 변화 전망
김정은은 이미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2018년 9월 9일까지 2~3개의 SLBM 발사관을 갖춘 신형 잠수함을 만들라고 지시한 적이 있으며, 2014년 11월 위성을 통해 신형잠수함의 존재가 확인된 적이 있다.(정삼만, 2016년 9월) 김정은은 2019년 7월 새로 건조중인 잠수함을 시찰하면서 동·서해에서 잠수함의 작전 능력은 국가방위력의 중요한 구성부문이라면서 수중전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지난 6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상업위성사진을 토대로 신포조선소에서 신포급 탄도미사일잠수함일 가능성이 있는 잠수함 건조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news chosun, 2019. 7. 25. 검색) 이 잠수함이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2,000톤 정도의 신포급 잠수함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10월 5일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은 주체조선의 백승의 보검' 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극성-3형 시험발사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외부세력의 위협을 억제하고 나라의 자위적 군사력을 더한층 강화하는 데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한 민족사적 사변"이라고 밝힌바 있다.(연합뉴스, 2019년 10월 5일자) 향후 북한이 SLBM 발사능력을 갖추게 되면 육상 기반 탄도미사일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며, 한국군에게 더욱 대응하기 힘든 위협이 될 것이다. 전략적 수준과 전술적 수준에서 북한 SLBM 운용전술을 예상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전략적 수준에서 보면, SLBM을 탑재한 북한의 전략잠수함이 한국을 공격하려면 동해를 벗어난 외해 또는 원해에서 발사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일본의 4개 해협에 설치된 수중감시망을 고려할 때, 일본 열도를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울러 대한해협도 한국의 감시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Choke Point(해군잠수함전단, 2006. 69쪽)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통과하는 것 또한 어렵다. 따라서 북한 전략잠수함은 신포항 인근의 안전수역(submarine bastion, 잠수함 은신처)에 은신하면서 제1격 또는 제2격 전력으로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정삼만, 2016년 9월) 마치 냉전기 소련이 SLBM의 사거리가 충분히 연장되자 자국 영토 근해에서 자국 대잠전력의 보호를 받으면서 동시에 미국의 감시 전력이 미치지 못하는 북 유럽의 바렌츠 해(Barents Sea)와 태평양의 오호츠크 해(Sea of Okhotsk)의 두 개 안전수역을 운용하여 평시 자국의 SSBN(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그 안에 위치시키고 유사시 안전수역 내에서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도록 한 것(박창권 등, 231쪽)과 같은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전술적 수준에서 현재 운용중인 고래급 잠수함의 활동 해역을 분석해 보면, SLBM이 한반도 전역의 주요 전략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이상의 탄도미사일이라는 점, 북한 인근의 작전해역의 수중에서 탐지될 위험 없이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 잠수함의 은밀성을 유지하기 위해 단파 중심의 제한된 통신을 운용해야 한다는 점, 작전지속능력 및 잠항능력이 제한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NLL 이북에 있는 북한의 잠수함 모기지 연안에서 활동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향후 수발의 SLBM 탑재 가능한 전략잠수함이 개발된다면 한반도와 주변국의 중간수역, 한국군의 육상 탐지레이더 음영구역 등에서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이윤철‧류해성, 88쪽)
해양거부전략은 자신이 해양통제를 원하지 않거나 통제할 능력이 없는 해역에 대하여 적의 통제능력을 거부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전략으로는 ‘현존함대전략’을 들 수 있다. 북한의 SLBM 개발 및 전략잠수함의 건조는 북한 해군이 현존함대전략을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수세적인 해양거부전략으로부터 공세적으로 전환되는 등 북한 해양전략의 근본적 틀을 바꾸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V. 한국 해군의 전략적 대응방향
북한이 조만간 SLBM과 이를 발사할 수 있는 전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생존성을 높게 보존하는 동시에 제2격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갖춤으로써 한국 해군의 우세 함대와의 결전을 억제하고 강력한 현존함대의 능력을 계속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평시에 북한의 SLBM 운용은 한국 해군의 작전 피로도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전시에는 미국의 한반도 증원전력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국방대학교, 2003, 103쪽, 오순근, 366~368쪽)
한국 해군은 북한 해군과의 대결에서 함대결전을 통해 해양통제를 시도하는 것 보다는 상대방의 해양사용을 거부하고 우군으로 하여금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해군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밀유도무기, 항공기, 지휘통제체계 등 우수한 무기체계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해양통제가 가능한 현존함대전략과 함대봉쇄전략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함대결전전략은 질적으로 우세하지만 수적으로 절대 열세에 있기 때문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되며, 통상파괴전략은 해상을 이용한 북한의 통상 수준이 낮고 지리적 여건으로 보아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의 SLBM 위협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북한 전략잠수함을 모항으로부터 감시하여 추적하다가 필요시 격침까지 할 수 있는 공세적 해양거부전략(offensive sea denial strategy)일 것이다.(정삼만, 2016년 9월) 이러한 형태의 해양거부전략은 공세적인 함대봉쇄전략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해양거부전략의 핵심은 정박 중에 있는 북한 전략잠수함을 감시하다가 공격하는 방안이나, 냉전기 잠수함의 임무구역 내에서 또는 이동하는 단계에서 미 해군 핵추진공격잠수함(SSN)이 소련 SSBN에 대응했던 ‘전략대잠전’이라고 볼 수 있다. 전략대잠전도 접촉, 식별, 공격 등으로 구성되는 일반 대잠전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한국 해군의 중형잠수함으로 하여금 은밀성을 유지한 가운데 임무구역 내에서 혹은 이동 중에 있는 북한 전략잠수함에 대해 감시 및 대응하는 ‘한국형 전략대잠전’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수중감시체계(SOSUS; SOund SUrveillance System) 및 정보 공유체계 구축, 핵추진잠수함(SSN) 건조, 대잠항공기 및 기뢰전력의 증강 등을 병해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국방대학교. 『안보관계용어집』. 서울: 국방대학교, 2003.
국방부. 『2018 국방백서』. 서울: 국방부, 2019.
박창권 등. “냉전기 미국의 전략대잠전 연구: 미 해군의 구소련 SSBN 대응작전.” 『21세기 해양안보와 국제관계(갈등과 협력 그리고 경쟁』. 경기도: 북코리아, 2017.
오순근. “북한의 핵전략과 SLBM(해군력 건설과 한미해군협력에 주는 함의).”
『전투발전연구(2016년 제23호)』.
이성환. “제1‧2차세계대전시 독일의 해군전략분석을 통한 북한의 해군전략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논문. 대전: 대전대학교, 2016.
이윤철‧류해성. “북한 SLBM 비대칭위협에 대한 한국해군의 대응방안.” 『국방
연구 제61권 제2호(2018년 6월)』.
정삼만. “북한의 SLBM과 장보고-III의 建造에 대한 含意.” 『E-저널 제15호(2016년 09월)』.
해군 잠수함전단 역. 『미·소 냉전기 수중 첩보전(Blind Man’s Bluff)』. 진해:
해군 잠수함 전단, 2006.
Friedman, Norman. The US Maritime Strategy. New York: James Publishing Inc.,1983.
연합뉴스. 2019년 10월 5일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3/2019072300438.html(검색일: 2019.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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