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3호(2-3월) |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 안보에 주는 전략적 함의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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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덕기 작성일22-04-21 16:33 조회954회 댓글0건본문
V. 결론: 한반도에 주는 전략적 함의
최근 미국과 EU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주변으로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강력한 추가 경제 제재 등을 강조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정치·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면전을 수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이 남중국해를 넘어 인도·태평양으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프랑스, 독일까지 미국 지원을 위해 동북아로 함정을 전개하면서, 동북아는 열강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구한말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동북아 안보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는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의 전략실패가 어떤 큰 대가를 치르는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동 논문은 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 안보에 주는 전략적 함의를 다음과 같이 도출하였다.
첫째,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과 인도·태평양에서 전략 경쟁 중인 중국에 중요한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 최근 중국이 러시아에게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말아 달라는 협의를 했다는 뉴스를 중국이 부정했지만, 최근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왜냐하면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을 다루는 방법을 한 수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이 동맹국과 파트너국을 다루는 방식은 대만 문제를 포함하는 동북아에도 그대로 투시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중국이 대만 문제, 북한의 비핵화 문제 등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에 대응하는 전략 마련에 중요한 방향을 줄 수도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양보가 현실화하면 동아시아 패권국 지위를 노리는 중국이 러시아 뒤를 따르지 않으란 보장은 없다.
둘째, 우크라이나 위기는 강대국 사이의 중소국 외교가 잘못되면 어떤 대가와 기회비용을 치러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우크라이나는 애매한 외교 기저와 일관성 결여로 미국 및 유럽과 실질적인 공조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특히 국가지도자와 정치인들은 지속된 위기에 둔감해지고 내부적으로 취약한 거버넌스(governance)는 국제사회에 신뢰감을 주지 못했으며,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모호한 정치적 선택을 가져왔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경제는 러시아, 안보는 미국과 서유럽에 의존한 상태에서 한쪽을 선택할 경우, 예상되는 위협과 압박의 헤징(hedging)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확보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셋째, 우크라이나는 내부적으로 지도자의 무능과 부패, 친러파와 러시아의 압력으로부터 독립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려는 친서방정치인들과의 갈등으로 국론을 단결시키지 못했다. 아직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중에도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는 등 국론이 양분된 우리의 현실도 우크라이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넷째, 우크라이나 사태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할 수 있는 국방력의 중요성을 되새겨 준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 붕괴로 독립할 때 구소련의 핵무기가 대량으로 배치되어 있던 세계 ‘제3대 핵보유국’이기도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동맹체제나 안보 수단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대국의 약속만 믿고 핵을 포기해서 영토 일부, 즉 크림반도를 상실하고, 안보가 불안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14) 그래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이유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병합 등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교훈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다섯째, 미·중 간 전략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의 안보 환경은 글로벌 전략 경쟁의 심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동맹의 연루에 따른 위험(risk)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은 한반도 평화 Process 진전에 치명적인 마찰(friction) 요소다. 따라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글로벌 전략환경 변화를 자세히 분석하고,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최근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신흥강대국과 기존 강대국의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현실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주는 교훈을 잘 새겨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중이 세계 패권을 겨루는 21세기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의 장(場)이 되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가 19세기처럼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의 장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구한말 강대국의 흥정과 대결로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되고, 얄타회담에서 강대국 간의 거래로 폴란드와 한반도 운명이 결정된 것은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의 고난과 불행의 역사를 잘 보여 준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고려로 누군가가 지원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또한 힘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경쟁 상황에서 균형점 위에 서 있으려는 것은 흔들리는 외줄을 타는 것과 같다. 모든 국가는 자국 이익을 위해서 행동한다. 특히 다른 진영을 경합(競合)과 공존의 상대로 여기기는커녕 ‘청산과 박멸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우리의 적대 정치로는 Great Game에 대응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튼튼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 해결은 물론, 주변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국력과 국방력, 국론 통일에 기반을 둔 전략적 사고와 주도적 자강(自强)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
<주석>
1) Vladimir Putin, “On the Historical Unity of Russians and Ukrainians,” The President Russia, July 12, 2021. http://en.kremlin.ru/events/president/news/66181(검색일: 2022.2.4.).
2) 키예프 공국(고대 동슬라브어: Киевское князство)은 키예프 루스의 맹주국이었으며 1132년에 키예프 루스가 여러 공국으로 분열된 이후에는 키예프 루스의 수도였던 키예프를 중심으로 존속하다 1471년에 멸망했다.
3) Nicolo Fasola and Alyssa J. Wood, “Reforming Ukraine’s Security Sector,” Survival, Vol. 63, No. 2(April-May 2021), p.41.
4) Vasylenko, Volodymyr, “On assurances without guarantees in a ‘shelved document’,” The Day, March 18, 2014.
5) “Friedman: Putin suffers from an inferiority complex towards America and wants to bite off part of Ukraine,” IICFF, January 19, 2022.
6) 2014년 9월 5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 루스간스크 인민공화국(LPR) 사이에 서명한 돈바스 전쟁의 정전협정이다. 이 협정은 OSCE의 중재 아래 벨라루스의 민스크에서 서명되었다. 이 협정은 돈바스 전쟁의 여러 협정과 마찬가지로 즉시 정전이 발효되었지만, 돈바스 전쟁을 완전히 멈추게 하는 데는 실패했다. “Ukraine Revels vow to take back Cities,” SKY News, October 23, 2014.
7) Hella Pick, “Gorbachev's vision for a ‘common European home’-archive, July 1989,” The Guardian, July 7, 1989.
8) “New Documents: US promised no to expand NATO Eastward,” National Security Archive, December 12, 2007.
9) U.S. Department of State, “Joint Statement of the United States and Germany on Support for Ukraine, European Energy Security, and our Climate Goals,” July 21, 2021 and German Federal Foreign Office, “Joint Statement of the US and Germany on Support for Ukraine, European Energy Security, and our Climate Goals,” July 21, 2021.
10) Peter Suciu, “Poland to Provide Ukraine With Military and Humanitarian Aid,” The National Interests, February 2, 2022.
11) Francois Heisbourg, “Euro-Atlantic Security and the China Nexus,” Survival, Vol. 63, No. 6(December 2021-January 2022), pp. 45-62.
12) U.S. State Department,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OFAC), Ukraine/Russia related Sanctions Program, June 16, 2016. https://home.treasury.gov/system/files/126/ukraine_overview_of_sanctions.pdf(검색일: 2022.2.6.).
13) Linked In Connections, “Worldwide: Ukraine-Russia Crisis: Possible New Sanctions And Export Controls On Russia And Potential Implications For U.S. And Non-U.S. Companies,” Akin Gump, February 1, 2022.
14) 구소련으로부터 독립 직후 우크라이나는 세계 3대 핵무기 보유국으로, 약 1,900여 기의 전략핵탄두, 176기의 ICBM, 44대의 전략폭격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94년 미국·러시아 등 유엔 상임이사국의 요구로 핵무기를 포기하는 ‘부다페스트 의정서’에 서명한 후 1996년까지 러시아에 모든 핵무기를 반환했다. “Ukraine, Nuclear Weapons, and Security Assurances at a Glance,” Arms Control Association, December 2020; “Ukraine Gave Up a Giant Nuclear Arsenal 30 Years Ago. Today There Are Regrets,” The News Line, February 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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